시계바늘 움직이기 시작하는 새벽 열두시에 강아지가 짖네 갑자기 울리는 전화 진동 소리에 순간 소스라치게 놀랬지 그 익숙한 숨소리에 우린 아무 말 없이 귀뚜라미 소리에만 귀 기울이네
이 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다면 절대 받지 않았을 거야 난 지금 이 전화를 미안하단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말아줘 밑바닥까지 실컷 들여다본 우리가 뭐를 바라고 이 대화를 이어 가냐고 목소리 듣고 싶지 않아 전화기 뜨겁다고 끄고 자러 갈래 할 말이 없다면 모두 다 돈 때문이었잖아 다시 되풀이하진 말자고
지폐가 가득 쌓인 침대 위 지폐가 가득 쌓인 침대 위 지폐가 가득 쌓인 침대 위 지폐가 가득 쌓인 침대
태균아 잠깐만 부디 오해하지는 말아줘 내가 기억하던 목소리와 너무 달라서 차가워 얼어붙었어 말문이 막혔어 난 그저 얘기하고 싶어 한번 만나서 다 망쳤어 내가 뒤늦게 후회가 왜 난 행복한 줄 몰랐을까 함께한 그때가 너무 편하게만 생각했나 봐 항상 기대다 보니 널 뭐든 받아주는 아빠처럼 대했다 미안해 너가 쓰던 책상도 다시 집안에 들여놨어 완전히 버려지기 직전에 기억에서 지우고 싶지 않아 넌 정말 내가 전혀 보고 싶지 않았어 전화하지 말걸 나 혼자 바보 같았어 그동안 밥도 먹지 못하고 나 많이 말랐어 정말 맘이 아파서 얼마 전엔 병원에 실려 갔다 왔어 옆에 지켜줄 너가 필요해 우린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일만 하다가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은데 언제 휴가 내고 단둘이 여행 가야 하는데 너를 꼭 하나님 앞에 데려가야만 하는데 그냥 서울에서 사는데 신물이 나서 내 짜증 받아줄 사람 너 하나뿐이라서 잠깐 심술이 났어 맞아 내가 나빴어 절대 돈 때문이 아냐 자기야 오해하지 말아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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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 첫 만남이 기억나네 홍대에 클럽 앞에 공연을 마치고 받은 돈이 지갑 안에 없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지 우리 만남은 취한 상태로 얘기를 나누고 잠드는 척 무릎 위에 눕고 그날 동영상들을 꺼내봐 보면 우린 웃고 있었지 어느 때보다 환하게 내가 양주를 살 때 향수를 선물 할 때 어떤 특별한 날에 꽃을 사 들고 갈 때 카드값 내지 못해 우울할 때 적금을 깨고 돈을 들고 갈 때 너가 옷을 못살 때 화장품을 못살 때 친구들과 어딘가 놀러 못 갈 때 우리가 싸우고 베리를 데려갈 때 너가 내게 돈을 달라고 할 때의 표정을 보니 알 것만 같애 변한 것만 같애 더는 웃어지지 않네 말하다 보니 거지 같네 그날도 난 그저 위로받고 싶어 너의 위로 가고 싶어 연기해온 거 같애 언젠가 행복할 때 다시 마주 하고 싶어 여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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